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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천 번째 고백 上

좋아해! 장난스런 고백, 그리고...











*본 글의 모든 내용은 픽션이며, 글의 나오는 인물, 배경, 장소는 모두 내용과 무관합니다.


W. Blooming Blossom

































"좋아해!"



동복이 춘추복으로 바뀌고, 춘추복이 하복으로 바뀌고, 다시 하복이 춘추복으로 바뀐 약간 쌀쌀한 바람에 기껏 정리한 앞머리가 엉망이 된 태형 앞에 오늘도 어김 없이 나타나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저 멀리 도망간 지민은 약 3년 간 이어져 온 일상이라 할 수 있었다.





"박지민, 같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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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친구 아들. 태형에게 지민은 사실 딱 이 정도였다. 성적이 조금 안 나왔을 때 마다 비교 당하는 얼굴도 잘 모르는 애, 용돈 좀 더 달라고 하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듣기 싫은 이름은 가진 애. 그런 태형에게 지민이 어느 순간 '얼굴도 모르지만 일단 싫은 애'에서 '좀 특이한데 귀여운 애'가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지민이 태형이 다니던 학교에 전학 왔을 때 부터 였다.


"태형아 우리 지민이 좀 잘 부탁할게. 얘가 워낙 낯을 가려서..."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옆반이니까 자주 찾아갈게요."


지민은 진짜 특이했다. 적어도 태형이 보기에는 그랬다. 분명 낯을 많이 가린다고 부탁을 받을 만큼 소심하다는 애가, 전학 첫 날 애들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겨우 자기 이름 하나 말했다는 애가 얼마 지나지 않아 2학기 반장 선거에 만장일치로 당선되는 것을 봤을 때는 특이한 걸 넘어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너 그렇게 행동하면 친구 한 명도 못 사귄다?"

"...그럼 네가 내 친구 해주면 되겠네."


'다가가기 힘든 애.' 괜히 말 한 번 걸었다가 기분만 이상해진 지민과 같은 반이 된 태형의 친구가 내린 지민의 첫인상은 이러했다. 부탁 받은 것도 있고, 왠지 모르게 답답한 마음에 조용히 교실 구석에 위치한 자기 자리에서 핸드폰을 하던 지민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한 것은 매우 평소 태형 같은 행동이었으나, 던진 말에 돌아온 대답은 친구들 사이에서 4차원 이상의 또라이라 불리는 태형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때 부터였던 거 같다. 태형이 지민은 단순히 '엄마 친구 아들'에서 '특이한 놈'이라 생각하게 된 것은.



그리고 이때 부터 어딘가 이상한 우정이 시작되었다.

















***


"좋아해, 태형아."


처음 고백을 받았을 땐, 아니 약 1년 간은 지민의 고백에 당황하고, 어색해 하고, 불편해 하며 최대한 지민이 고백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려 노력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였어도 박지민이라는 애는 보면 볼수록 참 괜찮은 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지금 같은 관계를 유지하되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너, 내가 불편해?"

"어?"




장난같은 고백을 받게 된지 한 1년 쯤 되었을 때 지민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지한 얼굴을 한 채 한 말이었다. 물론 불편했다. 다만 그게 지민 그 자체가 아니라 지민이 매일 같이 하는 고백이라는 점에서 자신은 지민의 말을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그랬구나... 미안, 앞으로는 귀찮게 안 굴게. 내일보자. 평소 지민 답지 않게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급하게 말을 마치며 뛰어가는 지민의 표정을 보지 않았더라면 19살이 된 지금까지도 그런 감정은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죄책감. 누군가에게 단 한 번도 싫은 소리 한 번 한 적 없기에 지민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채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보고 느낀 감정이 너무 싫어 잊으려 발버둥 친 다음 날, 난 이 이상한 우정에 금이 갔음을 겨우 깨달았다.


















"너 왜 박지민이랑 같이 안 다니냐?"

"... ..."

"혹시 싸웠냐?"



싸운거 아니거든! 현우의 말에 발끈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싸웠다고 하기에는 힘들지만 남이 봤을 때 항상 붙어다니던 저와 지민이 떨어져 다니는데에는 싸운 거 말고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우가 지민과 자신이 싸웠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소리지르 듯 부정한 덕분에 반 아이들에 시선만 집중시켜 현우와의 대화는 급히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다.





















"너 아까 정현우랑 무슨 얘기 했어?"

"그냥 이것 저것..."

"내 얘기 했지."




물음이 아니라 확신에 찬 말에 눈을 피했다. 아씨.. 나 거짓말 같은 거 못하는데... 안타깝게도 남을 속이는데 영 재능이 없는 -물론 남을 잘 속이는게 좋은 것은 아니다.- 탓에 눈만 피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자신이 한심 헀다. 이 자리에서 굳이 거짓말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지민과 자신이 싸웠냐는 말에 발끈해 목소리를 높였다는 말이 목에서 막혀 튀어나오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자신이 답답했는지 변성기가 왔음에도 여전히 예쁜 미성의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








"사실... 나 그때 네 말 듣고 엄청 상처 받았어."
"... ..."

"근데, 생각해 보니까 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더라고."

"... ..."

"그래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 겠다, 내일은 가서 태형이 한태 예전처럼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해야겠다."

"... ..."

"그렇게 할려고 했는데... 너 알지? 나 내 감정 못 숨기는 거."

"... ..."




그래서 말야... 꿀꺽. 다음에 나올 지민의 말이 무엇일지 예상이 되지 않아 불안했다. 그래서 뭐? 친구도 이제 하지 말자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탓에 속만 탈 뿐이었다.







"나한태 기회를 줘."

"뭐?"


예상치 못한 발언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무슨 기회를 달라는거야? 잘 이해되지 않는 말에 점점 구겨져 가는 내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지 내 앞에 있는 저 작은 생명체는 평소 귀엽다고 생각했던 미소를 방긋 지은 채 다시 입을 열어 말을 이어나갔다.



"어제 세보니까 내가 너한태 딱 900번 고백했더라고."

"... ..."

"내가 천 번째 고백을 하는 날까지 네 마음이 바뀌면 그때는 나랑 사귀어 줘."

"... ..."

"물론 그때까지 네 마음이 안 바뀐다면..."






그땐 깔끔하게 포기하고 친구로 돌아갈게. 마지막은 어딘가 쓸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끝낸 지민 때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좋아해야 하나? 긍정을 해야할지 부정을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눈 앞에 존재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정말 오랜만에 지민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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